< 퍼센트 / 퍼센트포인트 >
신문에서 흔히, 아주 자주 틀리는 말 중에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가 있다.
혹 어떤 사람은 신문에서 '퍼센트포인트'라는 말을 보고 무슨 뜻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 보기도 했겠지만 이 말을 다룬 사전은 거의 없으므로 십중팔구는 의문만 품은
채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이 두 말은 이렇게 다르다. 먼저 '퍼센트'는, 모두가 다 알다시피, '백분율'을
말한다. 그러니 백 개 가운데 다섯 개면 '5%'인 것이다.
반면 '퍼센트포인트'는 '퍼센트와 퍼센트의 비교치'를 말한다. 즉 '5%와 10%의
차이'는 '5%'가 아닌 '5%포인트'라고 해야 하는 것. 때문에 당연히 이 두 말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투표인 숫자가 10만명인 어떤 투표에서 'ㄱ'이 50%(5만명), 'ㄴ'이
10%(1만명)를 득표했다면 'ㄴ'은 'ㄱ'보다 40%포인트 낮은 득표율을 올렸으며
표수로는 'ㄱ'보다 80% 적은 득표를 했다고 해야 한다.
또 다른 예로 같은 숫자의 경제활동인구라고 가정할 경우 1년 사이에 실업률이
2%에서 4%로 높아졌다면 실업자 숫자는 '100%'나 늘어난 셈이지만 비율로는 겨우
'2%포인트' 늘어났을 뿐인 것.
< 실랑이 >
실랑이는 본래 과거장에 쓰던 '신래(新來)위'에서 나온 말이다.
합격자가 발표되면 호명 받는 사람은 예복을 갖춰 입고 합격 증서를 타러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때 부르는 구령이 '신래위'다. 이때 옆사람들이 합격자를 붙잡고 얼굴에 먹으로
아무렇게나 그려대고 옷을 찢으며 합격자를 괴롭혔다고 한다.
합격자는 증서를 타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사람들이 놓아주질 않고 괴롭히니
그 속이 좀 탓으랴 싶다.
< 오입(외입) >
본래는 본업이 아닌 취미 생활전반을 가르키는 말로 쓰였다.
그런 이유로 오(외)입에도 순번이 있었는데 첫째가 매사냥을 즐기는 것이고, 둘째가
말타기이고, 셋째가 활쏘기이고, 넷째가 기생놀음이었다. 외입의 전부인냥 잘 못 알려진
기생놀음은 외입중에서 맨 마지막 치는 별로 볼일 없는 외입이었다.
< 무뎃뽀 >
'무뎃뽀'는 일본말이다. 한자로는 '무철포(無鐵砲)'라고 쓰고 그렇게 읽는다. 아는 이는 다 아는
것처럼 전쟁이 한 때 삶이었던 일본에서 '총(철포)없이'나서는 것은 곧 무모함을 뜻했다. '총도
없이 전장에 나서는 무모함'에서 비롯한 낱말이 일본말 '무뎃뽀'다.
이런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어떤 이는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방법으로 '무뎃뽀'정신을 내세
웠다. '보통 사람'도 아닌 아무개 대학의 '교수님'이 신문에서 그랬다.
'무뎃뽀'가 일본말인 것을 몰랐었다면 모를까, 뻔히 일본말임을 알면서도 쓴다면 그건 정말 문제다.
축구 한-일전에서 우리가 지면 그렇게 분해하면서, '오리지널 일본말'을 입에 담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일 아닐까.
< 열사와 의사 >
안중근, 이준, 류관순... 공통점은? 일제에 항거해 순국하신 애국지사이다. 따라서 그 뜻을 길이
기리고 기억해야한다. 그럼, 차이점은? 의사(義士)와 열사(烈士)이다.
열사(烈士)는 뭐고, 의사(義士)는 뭐냐고 머리를 갸우뚱할런지도 모른다.
'의사(義士)'란 안중근 의사처럼 피를 흘려가며 무력으로 항거해 의롭게 죽은 사람을 뜻한다.
'열사(烈士)'는 이준 열사나 류관순 열사처럼 맨몸으로 저항해 죽음으로써 자신의 지조를 보인
사람을 말한다.
곧 무력항거냐 맨몸저항이냐에 따라 '의사(義士)'와 '열사(烈士)'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총으로든 맨주먹으로든 많은 의사와 열사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싸워 되찾은 나라이다. 그 나라를
온전하게 지키는 것은 뒤를 이은 우리들의 몫이다.
< 영부인 >
흔히 대통령의 부인으로만 알고 있는 '영부인(令夫人)'. 하지만 영부인은 다른 이의 부인을
높여 부를 때 쓰는 낱말이다. '어부인(御夫人)'이라고 하지만, 이는 일본에서 쓰는 말이다.
어떤 이는 대통령의 부인은 따로 '영부인(領夫人)'이라고 한다고 우기기도 하지만, 이는 억지
일 뿐이다. 대통령 부인이 '령부인(영부인)'이면 장관 부인은 '관부인', 장군 부인은 '군부인'..
이라고 해도 된다는 말이니까.
이제 옆집 아주머니나 회사 동료 부인을 일컬을 때도 '영부인'이란 말을 하자.
영부인은 대통령 부인만 이르는 게 아니라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통칭'이다.
< 장본인 >
잡지나 책 같은 것을 읽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새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결코 즐거운 웃음이 아니다.
글쓴이의 의도는 결코 그것이 아님이 분명하지만, 글쓴이는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단 하나의 낱말로, '장본인'이라는.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무개는 방송언어에
무관심한 풍토에 젖어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한 '장본인'이다." 이 말대로 한다면 이 아무개
씨는 사람들이 방송언어에 관심을 갖도록 한 아주 나쁜 사람이 된다. 즉,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아무개씨가 한 일은 올바른 일이다.
'장본인'은 '일을 꾀하여 일으킨 사람'으로 대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의 중심인물을 말한다.
'뇌물 수수 사건의 장본인'처럼.
위 예문의 아무개씨는 훌륭한 일을 한 '주인공'이다. '생일잔치의 주인공'처럼 '주인공'은 좋은 일의
중심인물을 가리킨다.
말을 잘 한다는 것, 글을 잘 쓴다는 것. 그 시작은 적절한 낱말을 적절한 곳에 쓰는 것 아닐까?
낱말과 문장이 '부적절한 관계'가 되지 않도록 조금만 더 관심을 갖자.